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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와 EC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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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고향 에티오피아는 워시드건 내추럴이건 그리 대단한 가공방식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매우 뛰어난 커피를 생산한다. 내가 이제껏 마셨던 커피 중 최고였던 커피들을 손꼽으라면 에티오피아 커피는 다섯 손가락 안에 반드시 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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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는 기본적으로 4가지 커피 재배 방식이 있는데
가든커피-농부가 자신의 집 앞, 마당에 키우는 커피
레인포레스트 커피-기본적으로 야생에 심겨진 커피
플렌테이션 커피-정부가 투자하여 대규모로 길러진 커피
세미 포레스트 커피-야생에 자라는 커피를 정부가 개인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를 내준 커피가 있다.

가든 커피 혹은 세미 포레스트 커피의 농부들은 영농조합에 팔수도 있고 개인 워싱스테이션에 팔수도 있다. 개인 워싱스테이션은 반드시 ECX를 거쳐야만 한다. 
영농조합은 유니언을 통해서 기업에 직거래 할 수도 있고 양이 남는 경우 ECX에 팔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에티오피아 커피 생산량의 90%가 넘는 양이 ECX를 통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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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X는 어떻게 생겨나게 된 것인가?

2008년은 에티오피아에 있어 큰 사건이 있었던 해이다. 일본이 중금속 검사 결과 허용치를 초과하여 일본 정부 차원에서 에티오피아 커피의 수입을 저지한 사건이 있었다. (Japanese chemical issue. 2007 일본은 중금속, 화학 성분 허용치가 다른 나라에 비해 엄격하기로 유명한데 당시 중금속 검사 결과 허용치를 초과하여 대내외적으로 에티오피아 커피의 거래를 전면 금지하였다.) 에티오피아 커피의 가장 큰 고객이었던 일본의 수입금지조치로 인하여 에티오피아는 큰 타격을 받았다. 이로 인해 에티오피아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ECX이다. 

ECX는 커피가 팔리기 전에 반드시 들려야하는 정부기관이다. 여기서 커피의 등급이 매겨지고 국내 옥션이 이루어지게 된다. 우리나라의 농림부라고 보면 된다. 모든 농산물을 검역하고 물류를 관리하는 정부기관으로 커머셜커피, 스페셜티 커피 뿐만 아니라 깨, 옥수수같은 농산물을 두루 관리하고 있다. 

우리가 들른 곳은 아와사 지점(에티오피아 전 지역에 7개의 ECX 분점이 있다.) 으로 여기에서 정해진 등급대로 옥션이 진행되고, 옥션이 끝나면 이곳에서 바로 낙찰인 (수출업자) 창고로 보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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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X의 시스템 

생두가 ECX에  도착하면 자루에 들어있는 모든 샘플들을 모은다. 예전에는 상위 자루의 샘플만 채취했는데 위에만 좋은 생두를 넣어두는 관행이 생겨나게 되자 자루 아랫부분, 윗부분 모두 샘플들을 꺼낸다고 한다. 그 양은 약 5킬로 정도 이다. 

여기서 이 샘플을 3개로 분할하여 하나는 커핑 샘플용, 하나는 고객보관용, 하나는 옥션날짜까지(약 20일) 보관용으로 사용된다. 

ECX에 들어온 커핑샘플은 작은 훌링머신을 이용하여 파치먼트를 제거한다. 그리고 수분을 측정한다. 11.5%가 최고치인데 이보다 높을 경우 꺼내어다 햇볕에 말린다. 스크리너를 이용하여 크기를 재는데 스크리너 사이즈 14를 넘는 콩의 비율을 측정한다. 
핸드픽하여 디펙트를 골라낸다. 디펙트의 수와 종류에 따라 점수가 매겨진다. 이 모든 외관 점수는 40점, 총 100점에 40%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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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CX에서 근무하는 현지 커퍼들이 커핑을 하게 되는데 클린컵, 바디, 산미, 플레이버 각각 15점씩 총 60점이다. 
이렇게 하여 커피를 그레이드 1부터 그레이드 9까지 분류한다. 

여기서 그레이드 1과 그레이드 2 그리고 그레이드 3중 일부(외관점수 말고 커핑점수가 기준치보다 높을 경우 )는 다시 SCAA폼으로 커핑을 한다. 80점 이상이면 Q2, 85점 이상이면 Q1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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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X 관리 시스템의 한계 

여기서 한가지 중요한 점은 
G2라도 G1보다 맛이 뛰어날 수 있다. (외관 점수가 40%를 차지하기 때문에)
Q2라도 Q1보다 더 품질이 뛰어날 수 있다. (ECX 커퍼들이 결정한 점수이며 부패와 관료주의로 물든 그들의 점수를 우리가 있는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게 슬픈 현실.)

ECX가 가진 또하나의 결점은 커피 그 자체의 장점보다는 하라, 이가체프, 시다모 등 지역을 위주로 프로모션하는 코드, 옥션 진행방식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생산지의 커피를 추적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내 옥션을 통해 생두를 구입하는 국내업자 또는 수출업자는 옥션에 참여할 때 등급과 지역을 예상할수 있는 코드번호만 부여받는다. 어느 농장인지 어느 워싱스테이션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구매할 커피의 샘플 또한 맛볼수 없다. 오로지 현지 커퍼들이 매긴 코드번호만으로 커피를 구매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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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스페셜티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스토리를 중요시하는 스페셜티 시장은 커머셜 커피와는 또 다른 마케팅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좀 더 직접적이면서도 인간적인 방법으로 고객의 마음을 훔치려 한다. 농부와 생두바이어 사이의 인간적인 교류가 커피의 질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스페셜티 시장이다. 

ECX 시스템은 이 모든 연결고리를 제거함으로써 오로지 하라, 시다모, 이가체프 등 크게 브랜드화 된 지역으로 분류된 카테고리에 전세계 스페셜티 고객들의 수요를 끼어맞추려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좋은 커피를 선점하려는 큰 기업들의 노력이 삐뚤어진 형태로 나타날 경우 좋은 커피를 옥션과 상관 없이 뒷돈을 주어 미리 확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또한 빈번하게 벌어진다. 
이 모든게 스페셜티 시장을 거스르는 ECX의 비합리적이 시스템에 기인한 것이다.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 적신호를 가져오는 불건전한 시스템이 하루 빨리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걱정스럽고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티오피아 커피는 그 자체로 건재할 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에티오피아 커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에티오피아 커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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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의 에티오피아 

아부다비에서 에티오피아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옆자리에 앉은 에티오피아 인과 인사했다. 휴가차 고향에 잠시 들른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함께 보내려고 하는구나 했더니 크리스마스는 1월7일이라 그전에 휴가가 끝나니 아부다비로 돌아와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으음? 뭐라고?  에티오피아는 에티오피아만의 달력이 있어서 우리의 달력과는 다르다는게 그의 설명. 그리고  에티오피아는 지금 2007년 오전 6시란다.  2014년 오후 1시가 아니고?
 
에티오피아 인들은 아침해가 뜨는 시간을 기점으로 시간이 시작된다고 한다. 즉 일반적으로 해가 뜨는 새벽6시가 0시가 되고 새벽 7시가 1시가 되는 셈이다. 외국인 투자자나 관광객이 붐비는 지역을 제외하고는 에티오피아 전 지역에서 에티오피아의 시간계산법에 따라 움직인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바로 날짜인데, 지금이 2007년이란다. 그래, 시간은 6시간 더 느린 것은 이제 이해했는데 날짜는 도대체 왜 그런거지? 궁금해서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전세계적으로 대부분의 나라는 그레고리력을 사용하고 있는데 에티오피아는 율리우스력을 사용한다고 한다. 이는 종교의 영향도 있는데 43%가 넘는 사람들이 그리스 정교를 믿고 있으며 이들은 예수의 탄생을 기원전 7년으로 보고 있다. 
 
율리우스 력은 로마의 정치가 율리우스가 전쟁과 농사를 위해 학자들을 모아 고안한 달력이다. 나일강과 해,달을 관찰한 끝에 일년이 365일 하고도 0.25일정도 더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한달을 30일로 계산하여 12월까지 두고 13월에는 5일 (윤년 6일) 을 더 두었다. 그리고 0.25일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4년마다 윤년을 두었다.

실제로 일년은 365.25가 아니라 명확히 말하자면 365.2422이기때문에 율리우스력은 한 해당 11분 14초 가량을 더 늘린것이며 128년마다 1일의 오차가 생겨나게 되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나온 그레고리력은 일년이 365.2425로 보고 365일로 계산했을 때 남는 5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을 모아 4년마다 한번씩 윤년으로 하루를 추가한다. 그리고 400년마다 오차범위의 윤년을 세 번 빼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따라서 3300년마다 1일의 오차가 생긴다.
 
어릴때부터 수에 약했던 내가 한참동안 손가락으로 셈을 하고 있는걸 보더니 그냥 7년을 빼고 6시간만 더하면 된다 한다. 휴=3
 
두 개의 시간을 다 고려해야 하니 조금은 헷갈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생활하는데 전혀 불편할 것이 없다 웃는다.
 
문제는 우리 방문자들.
시간의 개념을 들었는데도 운전사의 시계를 보며 매번 속고만다. 
에티오피아에 오면 반드시 날짜와 시간을 재차 확인하자.
이거 에티오피아 시간인가요? 인터내셔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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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세레모니 coffee ceremony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이를 커피 세레모니라 부르지 않는다. 서양사람들이 지었다. 수천년전부터 늘상 해왔던 일이였는데 서양인들이 이를 특이하게 본다는걸 알았고 자신들의 독특한 방식인걸 알아차렸다. 나또한 마땅히 이를 지칭할 용어가 없으므로 커피 세레모니라 부르겠다.  
 
이 의식을 치르는 자는 주로 여인이다. 왜 여인인가. 에티오피아에서 여인은 매우 약한 계층이며 때로는 성적으로, 사회적으로 피해를 보는 자들이다. 이들이 이를 통하여 새로운 영혼의 세계를 만들어 자신들의 영혼을 치유하고 마음의 상처가 씻겨진다 생각하였다.
 
커피 세레모니를 하기 전에 바닥에 풀과 꽃을 깐다. 이는 초원을 연상하게 함으로써 마음과 영혼을 고요하고 평안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영혼의 치유를 위한 준비과정이라 할수 있다.
 
또한 한켠에 숯을 피워 연기를 낸다. 이 숯안에는 종교적인 제례에 사용되는 향을 같이 넣는데 독특한 그 향이 일본의 사원의 그 향과 비슷하다. 이 연기를 통하여 영혼이 새로운 영혼과 만나는 분위기를 형성한다고 믿고 있다.
 
커피를 준비한다. 커피는 로스팅하기 전에 깨끗이 씻어서 사용한다. 커피에 묻은 먼지를 깔끔이 씻어버리고 온전히 순결하고 깨끗한 것만 사용하기 위함이다.
 
커피가 타닥타닥 튀면서 크랙 소리를 낸다. 언뜻 색깔을 보기엔 너무 탔다 싶다. 고소한 향이 연기와 함께 피어오른다. 커피를 다 볶고 나면 그 연기를 구경하고 있던 우리에게 훅 불어준다. 영혼이 맑아지며 마음의 병을 치유하라는 기원이 담겨있다 한다.
 
로스팅이 끝나면 우리의 절구와 비슷한 도구를 사용하여 커피를 빻기 시작한다. 매우 가늘게 빻으며 모카포트에 사용되는 굵기 정도이다. 커피를 다 빻고 나면 이를 제베나에 넣는다. 제베나는 호리병 모양의 에티오피아 전통 추출기구로 사용방법은 이브릭과 비슷하다.
 
제베나에 물과 커피를 넣고서 한참을 끓인다. 끓이고 나서는 시니라고 하는 작은 잔에 담는데 거품이 나도록 높게 부어 담는 것이 예의라고 한다. 커피는 총 세 번에 걸쳐서 나눠주는데 평화와 안식, 번영을 기원하는 의미라고 한다. 그 맛은 의외로 맛있다. 다크로스팅된 커피들은 칼칼한 쓴맛을 내기 마련인데 설탕을 넣지 않았는데도 부드럽게 잘 넘어간다.
 
내려진 커피는 설탕을 곁들이기도 하는데 전통적인 방식은 아니라고 한다. 설탕이 없을 당시 그들은 옥수수를 튀겨 (이를테면 팝콘) 같이 곁들어 먹어왔다 한다. 실제로 같이 먹어보니 그 조화로움이 놀랍다.
 
수천년전부터 전해 내려오며 의례히 했던 것이기에 정확한 유래를 아는 에티오피아 인들은 매우 적다. 다만 확실한 것은 커피세레모니는 단순히 커피음료를 마시고 집에 찾아온 손님을 대접하는 것 이상의 종교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영혼의 치유와 재생을 위한 노력으로 끊임없이 이 의식을 해왔다